어제까지 멀쩡하던 Illustrator 파일을 다른 컴퓨터에서 열었는데 ‘Missing Fonts’ 경고가 뜬다. Windows의 글꼴 설정이나 macOS의 Font Book을 확인하면 분명 같은 이름의 서체가 설치되어 있다. 폰트를 다시 설치하고 Illustrator를 재시작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개 “폰트 파일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문서가 요구하는 정확한 폰트와 지금 설치된 폰트가 실제로 같은가”에 있다.
2026년 9월 현재 Adobe가 공개한 최신 Illustrator 데스크톱 릴리스는 30.7이다. 최신 Illustrator는 로컬 폰트뿐 아니라 Adobe Fonts, OpenType, Variable Font, TrueType 등 여러 형식을 동시에 다루고, 누락된 Adobe Fonts를 자동으로 추가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그런데 폰트를 다루는 방식이 편리해질수록 사용자가 보는 이름과 프로그램이 확인하는 내부 정보의 차이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설치되어 있다는 것과 같은 폰트라는 것은 다르다
탐색기에 MyFont-Bold.otf라는 파일이 보인다고 해보자. 사람에게는 파일명이 가장 눈에 띄지만 OpenType 폰트 내부에는 Family Name, Subfamily Name, Full Font Name, Version, PostScript Name 같은 여러 이름 정보가 따로 저장된다. 현재 OpenType 1.9.1 사양에서는 Family가 name ID 1, Subfamily가 ID 2, Full Name이 ID 4, Version이 ID 5, PostScript Name이 ID 6으로 정의되어 있다. 같은 패밀리 이름이 화면에 보여도 내부 이름과 Style, Weight, Version이 다르면 완전히 같은 폰트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Adobe가 Illustrator의 전체 폰트 매칭 알고리즘을 공개한 것은 아니므로 “PostScript Name 하나만 비교한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파일명만 같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동일 서체라도 Version 1.000, 2.100처럼 배포 버전이 다르고 glyph, kerning, metrics 또는 name table이 바뀌면 같은 10pt 텍스트의 줄바꿈과 글자 폭도 달라질 수 있다.
OTF와 TTF도 단순히 ‘신형과 구형’의 차이가 아니다
OTF는 최신이고 TTF는 구형이라는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OpenType은 하나의 컨테이너 구조 안에서 TrueType의 glyf outline뿐 아니라 CFF 또는 CFF2 outline도 사용할 수 있다. Illustrator 역시 OpenType, TrueType, Variable Font, SVG Font, COLR Font 등을 지원한다. 따라서 같은 서체의 .otf와 .ttf 파일이 있다고 해서 Illustrator가 자동으로 동일한 face로 취급한다고 기대하면 안 된다.
Adobe 문서도 같은 이름의 폰트라도 형식이 다르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무에서는 확장자보다 Family, Style, Weight, Version, PostScript Name과 출처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Adobe Fonts와 로컬 폰트가 겹치는 순간
Adobe Fonts는 현재 30,000개가 넘는 폰트 옵션을 제공하며 Creative Cloud를 통해 Illustrator에 추가할 수 있다. 문서를 열었을 때 누락된 서체가 Adobe Fonts에 있으면 Missing Fonts 창에서 Add Fonts를 선택할 수 있고, 설정에 따라 누락된 Adobe Fonts를 자동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Adobe Fonts에서 추가한 버전과 사용자가 Windows 또는 macOS에 직접 설치한 버전은 출처와 버전이 다를 수 있다.
Adobe는 실제로 “같은 이름의 폰트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는 충돌 오류를 별도로 안내하고 있으며, Adobe Fonts 버전이 로컬 버전보다 더 최신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같은 패밀리가 2곳 이상에서 활성화돼 있다면 무작정 재설치하기보다 어느 버전이 원본 문서에서 사용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macOS의 Font Book 역시 중복 폰트를 검사하고 File > Resolve Duplicates 기능으로 중복을 처리할 수 있다.
Variable Font는 같은 Bold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Variable Font는 Regular, Medium, Semibold, Bold를 반드시 각각의 파일로 보관하지 않는다. 하나의 폰트 파일 안에서 Weight, Width, Slant, Optical Size 같은 축을 변화시킬 수 있다. OpenType 사양에서 Weight 축은 1~1000 범위로 정의되고 Regular의 기준값은 400이며, Width의 Normal 값은 100이다. Illustrator도 Variable Font에서 Weight, Width, Slant를 직접 조정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Static Font의 Bold와 Variable Font에서 만든 Bold가 눈으로는 거의 같아 보여도 내부적으로 같은 리소스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원본에는 Static 버전이 있었는데 새 컴퓨터에는 Variable 버전만 설치됐다면 패밀리 이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2023년 이후 갑자기 사라진 Type 1 폰트
오래된 서체라면 파일의 세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Adobe는 2023년 1월 이후 업데이트된 Creative Cloud 제품에서 PostScript Type 1 폰트 지원을 종료했고, Illustrator 27.3 이상에서는 Type 1을 지원하지 않는다. 컴퓨터에 해당 파일이 남아 있어도 최신 Illustrator의 폰트 메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OpenType CFF와 옛 Type 1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Adobe는 일부 OpenType CFF가 이름 때문에 Type 1처럼 보일 수 있지만 CFF 기반 OpenType은 계속 지원된다고 설명한다. 오래된 인쇄 데이터를 다시 열 때 “PostScript”라는 단어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실제 파일 형식을 확인해야 한다.
Missing Font와 Missing Glyph는 다른 문제다
서체 자체는 정상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특정 문자만 없는 경우도 있다. 영문 전용 서체에 한글, 한자, 특수기호나 특정 언어의 문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것은 Missing Font가 아니라 Missing Glyph 문제다. Illustrator는 Missing Glyph Protection을 기본적으로 제공해 현재 서체에 필요한 glyph가 없을 때 대체 처리를 할 수 있다.
한글 디자인에서는 이 차이가 특히 중요하다. 대체된 한글 폰트는 원래 영문 서체와 x-height, ascender, descender, character width, kerning 같은 metrics가 달라 같은 10pt라도 폭과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 영문 기준 레이아웃에 한글을 입력했을 때 줄바꿈이나 박스 높이가 바뀌는 이유다.
다른 PC로 Illustrator 파일을 보내면 문제가 드러난다
Windows 11에서는 Settings > Personalization > Fonts에서 설치된 글꼴을 관리하고 .ttf와 .otf 파일을 설치할 수 있다. macOS의 현재 Font Book은 TrueType, Variable TrueType, TTC, OpenType, OpenType-SVG, OpenType Collection 등을 지원하며 설치 과정에서 오류와 중복도 검사한다. macOS에서는 사용자 전용 폰트가 ~/Library/Fonts에, 모든 사용자가 쓰는 폰트가 /Library/Fonts에 설치될 수 있어 같은 Mac 안에서도 활성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Illustrator의 File > Package 기능은 이런 전달 문제를 줄여준다. AI 문서와 연결 이미지, 보고서, 사용된 폰트를 한 폴더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dobe 공식 문서에는 Copy Fonts used in Documents가 Chinese, Korean, Japanese, 즉 CJK 폰트를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글 명함이나 패키지 작업에서 Package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폰트까지 전달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Adobe Fonts 파일 자체도 다른 사용자나 컴퓨터로 패키징해 전달할 수 없다. 협업자가 라이브 텍스트를 편집하려면 각자 사용 권한을 갖춰야 한다. 최종 출력만 중요하다면 폰트가 적절히 임베드된 PDF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Outline은 확실하지만 원본까지 Outline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Type > Create Outlines를 실행하면 글자는 더 이상 폰트를 참조하는 라이브 텍스트가 아니라 벡터 경로가 된다. 그래서 상대방 컴퓨터에 해당 폰트가 없어도 모양은 유지된다. 대신 이름이나 직책을 다시 수정할 수 없고, 텍스트로서의 정보도 잃기 때문에 원본 파일까지 Outline으로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Live Text가 남아 있는 마스터 파일을 보관하고, 필요할 경우 최종 인쇄용 복사본만 Outline 처리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기업 명함이나 브랜드 템플릿처럼 10명, 100명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면 더 그렇다. Outline은 폰트 문제를 없애는 수단이지 폰트 관리 자체를 대신하는 방식은 아니다.
Illustrator에서 폰트를 찾지 못한다면 이 순서로 확인한다
먼저 Missing Fonts 창에서 Illustrator가 요구하는 정확한 폰트명을 확인하고 Type > Find/Replace Font에서 문서에 사용된 Family와 Style을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다음 Adobe Fonts에 같은 face가 있는지 확인하고, Windows 또는 Font Book에서 로컬 설치 상태와 중복 폰트를 점검한다. 이어 Static/Variable 차이와 가능한 경우 Version, PostScript Name을 비교한 뒤 Illustrator와 Creative Cloud를 다시 시작하거나 동기화한다.
여기까지 정상인데도 특정 폰트만 계속 사라지거나 Illustrator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고 충돌한다면 그때 폰트 손상이나 font cache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Adobe는 공식 트러블슈팅 문서에서 서드파티 폰트 관리 플러그인 확인, 폰트 검증, 시스템 font cache 정리 등을 후속 단계로 안내한다. 운영체제의 숨김 파일이나 Terminal을 건드리는 캐시 초기화는 첫 번째 해결책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본 제작자에게 정확한 폰트 버전과 출처를 확인하고 라이선스가 허용하는 동일한 폰트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폰트는 이름이 아니라 ‘정확한 버전’까지 관리해야 한다
Illustrator의 “없는 글꼴” 경고는 단순히 컴퓨터에 폰트 파일이 없다는 뜻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2026년의 작업 환경에는 로컬 설치, Adobe Fonts, Static과 Variable, 여러 세대의 OpenType, 이미 지원이 종료된 Type 1이 동시에 존재한다. 같은 이름이 화면에 보인다는 사실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폰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비슷한 폰트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 문서가 요구하는 정확한 폰트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인쇄, 패키지, 기업 명함, 브랜드 템플릿처럼 여러 사람이 같은 디자인을 반복 생산한다면 Font Family, Style, Version, PostScript Name과 폰트 출처를 하나의 세트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폰트는 디자인의 장식물이 아니라 레이아웃을 결정하는 제작 자산이기 때문이다.
출처
Adobe Illustrator on desktop release notes / Adobe / 2026
공식 문서 보기
Preview, add, or replace missing fonts in Illustrator / Adobe / 2026
공식 문서 보기
Supported font file types in Adobe Illustrator / Adobe / 2025
공식 문서 보기
PostScript Type 1 fonts end of support / Adobe
공식 문서 보기
Package files in Illustrator / Adobe
공식 문서 보기
Font licensing FAQs / Adobe Fonts / 2026
공식 문서 보기
Resolve font addition errors / Adobe Fonts
공식 문서 보기
OpenType Specification 1.9.1 / Microsoft
공식 사양 보기
Manage Fonts in Windows / Microsoft
공식 문서 보기
Install and validate fonts in Font Book on Mac / Apple
공식 문서 보기
Troubleshoot font issues / Adobe Fonts / 2025
공식 문서 보기
